금단의 땅 미군기지, 미래 ‘용산공원’으로 들어가다
금단의 땅 미군기지, 미래 ‘용산공원’으로 들어가다
  • 포비즈미디어=김주원기자
  • 승인 2018.12.0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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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년 만에 국민 대상 개방…연말까지 주요 장소 둘러보는 ‘버스투어’ 6차례 시행
- 시민소통공간 ‘용산공원 갤러리’ 지난달 30일 개관…5일부터 본격 운영·의견 수렴
성장현 용산구청장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11월 30일 서울 용산구 캠프킴 부지 내 옛 미국위문협회(USO)에서 열린 ‘용산공원 갤러리’ 개관식에서 제막하고 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을 비롯한 주요 내빈들이 11월 30일 서울 용산구 캠프킴 부지 내 옛 미국위문협회(USO)에서 열린 ‘용산공원 갤러리’ 개관식에서 제막하고 있다.

‘금단의 땅’ 서울 용산 미군기지가 114년 만에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공원’이라는 새 옷을 입고자 모습을 드러냈다.

정책브리핑은 지난달 30일 시민들과 함께 ‘용산공원 버스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남영역 부근 ‘캠프 킴’ 부지 내 ‘용산공원 갤러리’로 향했다.

그래서일까. 이날 계절은 겨울로 가고 있지만, 마음은 희망을 안고 봄을 향해 가고 있는 듯 덜 춥게 느껴졌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용산공원 조성을 앞두고 용산 미군기지 내 주요 장소를 버스로 둘러볼 수 있는 ‘용산기지 버스투어’를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6차례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버스투어에 앞서 시민들의 출입이 자유로운 시민소통공간 ‘용산공원 갤러리’의 개관식이 열렸다. 정부관계자, 국회의원, 전문가, 언론, 시민 등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용산기지 건물을 활용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용산공원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는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용산공원 갤러리’에 전시된 시대별 사진들을 보고 있다.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용산공원 갤러리’에 전시된 시대별 사진들을 보고 있다.

갤러리에는 용산의 역사와 지리적 중요성을 담은 전시물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전시는 ‘용산FM’ 부스로, 용산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용산FM’ 부스는 용산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용산FM’ 부스는 용산 주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용산 미군기지가 경기도 평택기지로 옮겨지면 오는 2027년 국가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앞으로 국가공원으로 만들어질 용산 미군기지는 어떤 모습일까? 정책브리핑은 시민들과 함께 버스투어를 하며 미래의 용산공원으로 한 발 더 다가갔다.

일제 강점기 ‘사우스포스트‘

책에서만 보던 미군기지, 금단의 땅을 밟게 되자 두근거렸다. 아직 미군기지가 20% 정도 남아 있다 보니 출입할 때부터 신분증을 검사하며 까다로웠다. 드디어 미군기지 입성!

용산기지는 사우스포스트와 메인포스트, 캠프코이너 총 3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면적은 243만㎡(약 73만 평)로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면적(7만 5,469㎡)의 30배가 넘는 크기다. 

14번 게이트를 통해 사우스포스트 지역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구 일본군사령부’가 있었던 터가 보였다. 6·25 전쟁 때 파괴돼 그 터만 남아있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와 대륙침략을 위한 군사기지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리고, ‘미10군단 도로’를 따라 사우스포트스 지역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일본군 위수감옥’이 나온다.

일본군 위수감옥 입구.
일본군 위수감옥 입구.

위수감옥은 1904년 일본군이 용산기지를 위수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생긴 곳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수 놓았던 죄수들이 수감됐던 곳으로,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도 이곳에 수감됐었다. 군대로 치면 영창 같은 곳이다. 6·25 전쟁 당시 총탄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건물 2개가 보존돼 있어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용산공원추진단 관계자가 위수감옥 내부에서 당시 시체를 운반해 지나갔던 통로를 설명하고 있다.
용산공원추진단 관계자가 위수감옥 내부에서 당시 시체를 운반해 지나갔던 통로를 설명하고 있다.

용산공원 조성 설계를 맡은 함은아 이로재 건축사무소 부소장은 위수감옥 앞에서 “위수감옥은 사우스포트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곳으로 그대로 복원하는 점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미래의 용산공원 조성 계획에 대해 말했다.

용산 기지에는 용산이 없다?

용산기지는 밖에서 봤을 때는 평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면 둔지산 정상(70m)을 포함해 굴곡이 있는 언덕들이 있다. 둔지산 정상에 올라가니 용산기지 주변부가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 이곳은 남산과 둔지산, 인왕산에서 발원한 만초천(넝쿨내) 등의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삶의 터전’이었다. 둔지산 자락에는 둔지미 마을을 비롯해 지나가던 길손이 머물렀던 이태원, 얼음을 저장했던 서빙고와 기와를 굽던 와서 그리고, 기우제를 지낸 남단 등이 어우러져 있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자 사후 거처였다.

하지만, 선조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1904년 2월 러일전쟁 발발과 함께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대륙침략의 전진기지 및 병참기지화가 되면서 새로운 용산이라 해 ‘신용산역’이라고 이름을 붙여졌다.

미군영 시대 ‘메인포스트’

용산기지를 관통하는 ‘미8군도로’를 따라 ‘메인포스트’로 이동해 심장부로 들어갔다. 1945년 광복 이후 미군이 이곳을 주둔했으며, 6·25 전쟁이 끝나고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미8군사령부가 이곳 용산기지로 이동했다. 현재는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있는 미군기지의 심장부다.

한미연합사령부 건물 뒤편에 조선시대 ‘만초천(넝쿨내)’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한미연합사령부 건물 뒤편에 조선시대 ‘만초천(넝쿨내)’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해설자의 미군영 시대의 설명을 듣다 보니 청기와 지붕으로 된 ‘한미연합사령부’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은 미군기지이다 보니 보안상 촬영은 제한됐다.

한미연합사령부 건물 뒤편으로 가면 만초천(넝쿨내)지류가 있었다. 자연스러운 선형의 만초천은 물이 다소 메마른 모습이었지만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용산공원 조성단에서도 그대로 보존하여 가꾸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주백 교수가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 건물 앞에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미래의 용산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주백 교수가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 건물 앞에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미래의 용산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만초천을 지나 걸어가다 보면 미소공동위원회 당시 소련군대표단 숙사(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 건물이 보였다. 노란색 외벽과 건물 모습이 멋있었다. 투어에 함께 참여한 신주백 한림대 교수는 건물에 관해 설명하면서 “1908년 이후 일본이 애지중지하던 건물로 역사성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번 투어를 통해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을 알아야 느끼고, 느낌이 있어야 상상할 수 있고, 상상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는 “많은 시민들이 와서 느껴야 기대치와 그림을 그리는 수준까지 흘러갈 수 있으며 비로소 용산공원을 진정한 우리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래의 용산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래의 용산공원, 대한민국 첫 국가공원은

투어의 막바지가 보였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 구불구불한 언덕을 지나가니 캠프코이너에 있는 ‘남단터’에 도착했다. 남단터는 조선시대 왕이 직접 기우제를 지냈던 곳으로, 지금은 미군들이 나무 한 그루 영역만 보존해 남단터라고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도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발굴 작업에 들어가면 일대에 가치 있는 유물들이 나올 것이라고 관계자가 설명했다.

메인포스트에 보존되어 있는 조선시대 ‘남단터’의 모습
메인포스트에 보존되어 있는 조선시대 ‘남단터’의 모습

이날 투어에 참여한 김수민 씨(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과 15학번)는 남단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신기해했다. 평소 공부하면서 책으로 봤던 곳들을 상상만 해봤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흥미로웠다. 그녀는 “이곳에 용산공원이 들어선다고 하니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고, 도시조경 면에서도 도시의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 시민들의 의견이 많이 수렴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제 114년 만에 미군기지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다. 오랜 기간 외국군이 주둔해오면서 식민과 냉전, 그리고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누적된 공간이다.

우리는 이 땅에 새겨진 아픔을 기억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치유하며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평화의 메시지를 시민과 함께 담아야 한다. ‘용산공원 갤러리’의 개관이 그 신호탄을 알린다. 용산공원추진단은 전문가 중심의 공개세미나는 물론, 전시회 등 각종 행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들어갈 계획이다.

 

(서울=포비즈미디어/김주원 기자)  won@forbiz.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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