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벨기에-크로아티아와 손잡은 이유
대한축구협회가 벨기에-크로아티아와 손잡은 이유
  • 포비즈미디어=김주원기자
  • 승인 2019.02.1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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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벨기에 축구협회를 비롯해 크로아티아 축구협회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FA 제공) © 뉴스1

"왜 꼭 독일이나 잉글랜드를 모델로 삼으려 하는가. 그쪽이 분명 축구 선진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과 동떨어진 부분들이 많다. 우리와 전체적인 나라의 규모나 축구 인프라가 유사한 곳임에도 뚜렷한 발전을 이룬 곳을 벤치마킹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1일 오후 유럽의 벨기에 및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KFA는 향후 두 나라와 팀 운영과 유소년 육성 시스템 등에 대한 교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달 말 진행됐다. 협회 측은 "홍명보 전무이사를 비롯해 김동기 전력강화실장, 최영준 기술교육실장, 김종윤 대회운영실장 등 협회 기술파트와 대회운영을 총괄하는 실무자들이 1월 23일부터 30일까지 8일 일정으로 벨기에, 독일,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선진축구 행정을 두루 경험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8강에서 조기 탈락해 큰 의미가 없어지긴 했으나 당시는 2019 AFC 아시안컵이 한창 막바지로 향할 때였다. 홍명보 전무를 비롯해 협회의 주요 인물들은 한국이 정상에 오를지도 모를 상황임에도 유럽행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일정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무렵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기간 중에 정몽규 회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 왜 작은 나라 벨기에가 FIFA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는지, 크로아티아가 이번 대회에서 왜 계속 좋은 성적(최종 준우승)을 내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한 것이 단초였다"고 전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의 나라 독일이나 잉글랜드의 시스템을 살피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전체적인 규모나 지표에서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실질적 모델'을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일리 있는 접근이었고 결국 한국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괄목한 성장을 이룬 벨기에와 크로아티아를 주목했다.

협회 관계자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는 각국 협회 임직원들도 총출동한다. 그곳에서 빠르게 벨기에와 크로아티아 축구협회 관계자를 교섭, 방문일정을 세웠고 이번에 홍 전무를 비롯한 실무자들이 현장을 찾아 MOU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번 MOU를 계기로 축구협회는 최근 10년 사이 경쟁력 있는 선수를 대거 배출해 FIFA 랭킹 1위까지 오른 벨기에, 효율적인 대표팀 운영을 통해 러시아 월드컵 깜짝 준우승을 이뤄낸 크로아티아의 우수한 유스시스템을 연구해 세부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협회는 유럽 최고의 구단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의 클럽 운영 시스템을 돌아보고 향후 한국 선수 및 지도자들이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KFA가 특정 프로구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 관계자는 "예전의 설기현이나 남태희, 지동원처럼 협회가 유망주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다. 비용도 많이 들고 (특정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괜한 오해도 살 수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협회가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길라잡이가 될 수는 있다. 이번 바이에른 뮌헨과의 MOU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업무협약은 유소년 지도방법, 지도자 상호교류, 유스친선경기 개최 등 주로 유소년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더해 유소년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위한 테스트 기회도 제공된다. 협회가 일종의 '건강한 멍석'을 깔아주면 그 위에서 재능을 뽐낼 수 있다는 뜻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위 '사기꾼'들 말만 믿고 축구 유학을 꿈꾸다가 피해를 입는 학생과 학부모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홍명보 전무이사는 "이번 업무협약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지속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해 장기적인 발전을 꾀할 것"이라면서 "한국 실정을 고려해 필요한 것들을 협약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우리가 따라잡을 수 있는 보폭을, 따라가야할 대상을 기준 삼은 사실상의 첫 번째 프로젝트라 앞으로의 진행 내용과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서울=포비즈미디어) 김주원 기자 won@forbiz.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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